시공간 감각이 저하된다
치매의 초기 증상 가운데 가장 먼저 발생하는 건 시공간 감각 저하다. 기억의 변화 또는 왜곡이 생겨 실제와 다르게 생각한다. 다리를 끌고, 동작이 굳고, 표정이 없어지고, 구부정해지고, 글씨체도 작아진다.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치기 쉽고, 기분의 문제로 우울증이나 무의지증이 생기기 쉽다. 심한 경우 비현실적 믿음이나 집착으로 인한 불안장애를 느낄 수도 있으며, 망상이나 편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행 속도가 느려진다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행동이 느려진다면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이 60세 이상 노인 약 4,000명에 관련된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보행 속도가 다른 사람보다 느린 노인이 치매 발생률이 높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보행 속도를 2년 후 재측정한 결과였는데, 보행 속도가 급속히 줄어든 노인이 치매 발생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걷는 속도가 느린 노인의 뇌세포에 나타나는 독성 단백질 수치가 높다는 연구도 보고된 바 있다.
낮잠이 많아진다
낮에 멍하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거나 낮잠이 많아지는 것도 치매 환자에게 많이 보이는 초기 증상이다. 실제로 치매 환자는 낮잠을 자고 밤에 깨어 불안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새벽에 일어나 아침이나 낮으로 착각하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시상하부 기능 손상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인지 저하를 나타내는 표시라고 볼 수 있다.
급격한 감정 변화를 보인다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세수나 목욕 등 위생도 게을리하게 된다. ‘누가 내 물건을 훔쳐갔다’, ‘누가 나를 쫓아온다’ 등의 망상과 헛것을 보는 경우도 있다. 또 갑자기 일어나 서성거리며 반복적인 행동을 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참을성이 없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 변화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지면서 치매 징조로 나타나는 주요 현상이다.
후각 기능이 떨어진다
냄새를 맡는 감각, 즉 후각의 급격한 감소는 뇌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경고 신호일 수 있다. 후각과 기억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냄새를 주관하는 후각신경계와 뇌의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이 비슷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후각 기능이 저하됐다고 해서 모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냄새는 뇌에 있어 훌륭한 자극제 역할을 한다. 후각 기능이 심하게 저하될수록 치매에 이르는 기억상실성 경도인지장애가 나타날 위험성도 커진다.
입맛이 변한다
먹고 싶은 음식들이 크게 변한다면 이 역시 치매 증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입맛과 식욕을 조절하는 두뇌 부위가 손상되면 입맛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일부 치매 환자들의 경우 부패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치매가 진행되면 음식 만드는 방법 자체를 잊게 된다. 퇴행성 변화 초기에는 후각과 미각이 떨어져 음식의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음식 맛이 예전과 달라진다.
판단력에 이상이 생긴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나가려 한다거나 이유 없이 약속을 취소하는 등의 판단력 저하도 치매 징후다. 판단력이 흐려지면 공간적 구성 능력도 떨어지게 되는데, 평소 물건을 놓는 자리가 아닌 곳에 물건을 놓는 경우가 잦아진다. 일시적으로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고 헤맬 수는 있지만, 냉장고에 다리미를 넣거나, 설탕 놓는 통에 손목시계를 풀어 놓는 것처럼, 물건을 부적절한 장소에 둔다면 치매 징조로 볼 수 있다.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다
물건을 훔치거나, 특정 장소에 무단 침입하고,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등의 범죄적 행동도 치매 초기 증상들이다. 치매는 사회적 규범을 인식하고 지키게 하는 두뇌 영역이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행동에 집착하고, 물건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사기도 하며,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에 문제가 생기다 보니 말 수가 줄어들고 여러 단어나 긴 문장으로 대답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전두측두엽 치매 증상을 단순 화로 생각해 함께 화를 내고 다투면 더 과격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