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코·입을 즐겁게 하라, 뇌 노화 막는 10계명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21-05-20 08:50본문
[튼튼 장수 프로젝트, 노화 알면 노쇠 막는다] [3] 뇌
80세 넘어서도 말이 젊은이 못지않게 빠르고, 대화에 쓰는 단어가 풍부한 사람들을 본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 다지만, 은퇴 후에 새로운 직업이나 배움에 뛰어드는 ’70세 청년'도 있고, 영어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를 휘어잡은 액티브 시니어 윤여정도 나온다. 반면 박사 공부까지 한 사람이 70대 중반에 치매로 고생하는 경우도 꽤 있다. 나이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생물학적으로 퇴화하는 뇌(腦).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노화를 늦춰가며 총명하게 지낼 수 있다.
뇌 노화와 대처법 / 그래픽=김하경
◇뇌는 어떻게 늙어가나
약 70세부터 사용하는 단어 수가 준다. 말하는 속도나 대화 구성 등 언어 능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상황을 판단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은 다만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80세 정도에도 유지된다. 시간이 점점 길어져도, 기다리면 제대로 그런 일을 마친다. 나이 들어 뇌 신경세포 수는 감소하나, 그 안에서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서 뇌 기능을 보상토록 한다.
기억력은 최신 것부터 떨어진다. 새로 만난 사람의 이름이나 어제 먹었던 메뉴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른바 휘발성 기억력이 낮아진다. 70세가 넘어가면 뇌혈류량이 젊었을 때보다 20% 정도로 감소한다. 뇌혈관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는 탓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 등이 있으면 뇌혈류 감소가 촉진된다. 이 때문에 초고령에서는 혈관성 치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알츠하이머 치매만큼 발생한다. 하루 두 잔 이상의 음주는 뇌 기능 감소를 증가시킨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들수록 고정된 신경회로망을 사용하여 사고하기 때문에 한 가지 생각과 의견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세월이 흐를수록 상실의 경험도 많아지고, 외로움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간다.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뇌가 싱싱
눈·귀·코·입이 즐거우면, 뇌에도 좋다. 보기에 좋은 것을 많이 보고, 즐거운 것을 많이 듣고,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으면 뇌에 좋다는 의미다. 시력을 잃으면 사물을 잃고, 청력을 잃으면 사람을 잃는다는 말이 있듯이, 뇌는 시력과 청력의 자극으로 움직인다.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로 만회하고, 시야가 뿌예지면, 백내장 수술 등으로 시력과 시야를 회복시켜야 한다. 모두 뇌를 위해서다.
맛을 음미하며 씹어 먹는 식사가 뇌를 크게 자극한다. 이를 위해 위아래 맞물리는 치아를 최대한 많이 보존해야 한다. 치아를 잃었으면 임플란트로 채워, 씹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호기심은 뇌를 끝까지 작동시키는 온(on) 스위치다. 매일 다니던 길거리를 산책하더라도 평소와 다르게 새로 바뀐 게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며 다니는 게 좋다. 새로 생긴 가게가 있으면 들러보고, 어디서 어떤 물건이나 식품이 싸고 좋은 것을 파는지 알아보러 다니면,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
다양한 책 읽기와 그림 보기, 음악 감상 등 예술적 경험은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 생각을 풍부하게 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외국어 같은 처음 접하는 학습은 깨어 있는 뇌세포를 늘리는 데 가장 좋다. 매일 하던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는 생활은 뇌세포를 오프(off)로 만들어 노화를 촉진한다. 카드 놀이, 낱말 맞추기, 산수 풀이 등 일부러 시간 내어 머리 쓰기를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뇌를 깨운다. 대화에 참여하려면 뉴스도 자세히 보게 되고, 바깥출입하며 옷매무새도 챙기게 된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초고령에서는 멀리 있는 친구나 식구보다, 동네서 어울리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 나이가 많이 들수록 학연·혈연·직장 등 연고 중심 어울림보다, 지역 중심 어울림을 늘려야 한다.
진땀 나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뇌혈류가 늘어나고 파괴되는 뇌세포가 줄어든다. 뇌 손상은 뇌 기능 저하의 중대 요인이다. 자전거 탈 때는 꼭 헬멧을 쓰고, 자동차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매어, 머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뇌는 저수지와 같다. 평소에 저수지에 물이 충분히 차 있으면 가뭄이 와도 버틴다. 일상에서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고 오감을 즐겁게 하며 살면, 뇌가 싱싱해진다.
[김광준·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80세 넘어서도 말이 젊은이 못지않게 빠르고, 대화에 쓰는 단어가 풍부한 사람들을 본다. 고등학교 졸업 학력이 다지만, 은퇴 후에 새로운 직업이나 배움에 뛰어드는 ’70세 청년'도 있고, 영어 수상 소감으로 전 세계를 휘어잡은 액티브 시니어 윤여정도 나온다. 반면 박사 공부까지 한 사람이 70대 중반에 치매로 고생하는 경우도 꽤 있다. 나이 들면서 어쩔 수 없이 생물학적으로 퇴화하는 뇌(腦).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 노화를 늦춰가며 총명하게 지낼 수 있다.
뇌 노화와 대처법 / 그래픽=김하경
◇뇌는 어떻게 늙어가나
약 70세부터 사용하는 단어 수가 준다. 말하는 속도나 대화 구성 등 언어 능력도 떨어지기 시작한다. 상황을 판단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은 다만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80세 정도에도 유지된다. 시간이 점점 길어져도, 기다리면 제대로 그런 일을 마친다. 나이 들어 뇌 신경세포 수는 감소하나, 그 안에서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서 뇌 기능을 보상토록 한다.
기억력은 최신 것부터 떨어진다. 새로 만난 사람의 이름이나 어제 먹었던 메뉴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른바 휘발성 기억력이 낮아진다. 70세가 넘어가면 뇌혈류량이 젊었을 때보다 20% 정도로 감소한다. 뇌혈관 동맥경화로 혈관이 좁아지는 탓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고혈압·고지혈증·고혈당 등이 있으면 뇌혈류 감소가 촉진된다. 이 때문에 초고령에서는 혈관성 치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알츠하이머 치매만큼 발생한다. 하루 두 잔 이상의 음주는 뇌 기능 감소를 증가시킨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나이 들수록 고정된 신경회로망을 사용하여 사고하기 때문에 한 가지 생각과 의견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 세월이 흐를수록 상실의 경험도 많아지고, 외로움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간다.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뇌가 싱싱
눈·귀·코·입이 즐거우면, 뇌에도 좋다. 보기에 좋은 것을 많이 보고, 즐거운 것을 많이 듣고,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으면 뇌에 좋다는 의미다. 시력을 잃으면 사물을 잃고, 청력을 잃으면 사람을 잃는다는 말이 있듯이, 뇌는 시력과 청력의 자극으로 움직인다.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로 만회하고, 시야가 뿌예지면, 백내장 수술 등으로 시력과 시야를 회복시켜야 한다. 모두 뇌를 위해서다.
맛을 음미하며 씹어 먹는 식사가 뇌를 크게 자극한다. 이를 위해 위아래 맞물리는 치아를 최대한 많이 보존해야 한다. 치아를 잃었으면 임플란트로 채워, 씹는 능력을 유지해야 한다.
호기심은 뇌를 끝까지 작동시키는 온(on) 스위치다. 매일 다니던 길거리를 산책하더라도 평소와 다르게 새로 바뀐 게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며 다니는 게 좋다. 새로 생긴 가게가 있으면 들러보고, 어디서 어떤 물건이나 식품이 싸고 좋은 것을 파는지 알아보러 다니면, 뇌 기능이 활성화된다.
다양한 책 읽기와 그림 보기, 음악 감상 등 예술적 경험은 새로운 신경망을 만들어 생각을 풍부하게 하고, 사고를 유연하게 만든다. 외국어 같은 처음 접하는 학습은 깨어 있는 뇌세포를 늘리는 데 가장 좋다. 매일 하던 것을 아무 생각 없이 반복하는 생활은 뇌세포를 오프(off)로 만들어 노화를 촉진한다. 카드 놀이, 낱말 맞추기, 산수 풀이 등 일부러 시간 내어 머리 쓰기를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여러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뇌를 깨운다. 대화에 참여하려면 뉴스도 자세히 보게 되고, 바깥출입하며 옷매무새도 챙기게 된다. 거동이 불편해지는 초고령에서는 멀리 있는 친구나 식구보다, 동네서 어울리는 사람들이 더 소중하다. 나이가 많이 들수록 학연·혈연·직장 등 연고 중심 어울림보다, 지역 중심 어울림을 늘려야 한다.
진땀 나는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면, 뇌혈류가 늘어나고 파괴되는 뇌세포가 줄어든다. 뇌 손상은 뇌 기능 저하의 중대 요인이다. 자전거 탈 때는 꼭 헬멧을 쓰고, 자동차 뒷좌석에서도 안전벨트를 매어, 머리를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뇌는 저수지와 같다. 평소에 저수지에 물이 충분히 차 있으면 가뭄이 와도 버틴다. 일상에서 머리를 끊임없이 굴리고 오감을 즐겁게 하며 살면, 뇌가 싱싱해진다.
[김광준·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 이전글‘식물 재배’ 치유농업 활동…“치매 예방에도 효과” 21.05.20
- 다음글'이곳' 보면 치매 위험 알 수 있다 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