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게임으로 뇌 훈련… ‘디지털 신약’으로 치매 예방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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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21-03-11 08:50본문
전직 교사 75세 김모씨는 최근 들어 사람 이름을 떠올리기 힘들어했다. 친했던 고교 동창 이름도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었다. 지하철을 타다 환승역에서 반대 방향으로 갈아타 헤맨 일도 있었다. 치매가 오는 건 아닌가 해서 동네 신경과 의원을 찾은 결과, 경도 인지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약물 복용 대신 ‘게임 프로그램’에 매달렸다. 주어진 숫자를 합산하여 맞히고, 기차 여행 소요 시간을 보고 도착 시간을 알아맞히는 뇌 훈련이다. 3개월 꾸준히 시행한 후 치매 검사에서 집중력, 단어 기억력 등이 개선된 것이 확인됐다. 그는 좀 더 어려운 뇌 훈련에 집중하면서 총명한 노년 생활을 보내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뇌 훈련으로 치매 예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앱(app·응용 프로그램)으로 질병을 예방·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을 디지털 치료제라고 한다. 기존 의약품처럼 임상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서 쓸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약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이런 뇌 훈련 디지털 치료제로 인지 기능 효과를 보는 ‘환자’가 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 진단을 받은 노인들이 모여서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며 뇌 훈련 게임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서로 점수도 비교하고 높은 점수를 낸 사람한테는 박수도 보낸다.
마치 아이들이 모여서 게임 하며 노는 모습과 같지만, 이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경도 인지 장애는 10% 정도가 치매로 진행한다. 디지털 치료제 ‘수퍼 브레인’으로 인지 기능이 감소한 노인 152명을 대상으로 뇌 훈련 임상 시험을 한 결과, 대상자들은 이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비슷한 처지 노인들보다 인지 능력 검사(RBANS) 점수가 5점 이상 향상됐다. 비참여자는 시간이 경과하며 인지 기능이 더 떨어져 점수가 0.74 낮아졌다. 연구를 주도한 인하대 신경과 최성혜 교수는 “어르신들이 게임 하듯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동기 부여도가 높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라고 말했다. 수퍼 브레인은 임상 시험을 거쳐서 현재 신경과 의원이나 치매 센터 등에서 의사 처방을 받아 쓰이고 있다.
게임 같은 뇌 훈련을 하는데 왜 치매 예방 효과가 생기는 걸까. 박건우 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 기능 작동에는 예비군이 존재하는데 , 치매처럼 주력군이 다치거나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 오면 예비군이 투입된다”며 “머리 쓰기 훈련은 예비군을 키우는 효과를 내, 고장 난 뇌 기능을 대신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 우울증, 중독 치료도 디지털로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시야 장애를 앓는 환자들을 디지털 치료제로 고치고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시야가 평소보다 많이 좁아지는 현상이 올 수 있다. 이는 눈과 시신경 문제가 아니라 시야를 담당하는 후두엽 기능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뇌졸중으로 시야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는 국내에 2만명으로 추산된다. 뚜렷한 치료법도 없는 상태다.
이에 강 교수는 인지 지각 학습 프로그램 형식의 디지털 치료제 ‘뉴냅 비전’을 개발하여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환자는 가상현실(VR) 기구를 끼고 시야에 들어온 다양한 빛 자극과 색채, 모양 등을 퀴즈처럼 맞히는 훈련을 한다. 이를 통해 비활성화된 뇌세포를 깨운다. 강 교수는 “눈은 정상인데 뇌를 다쳐 시야 장애가 온 상황에서 훈련하면 처음에는 안 보이다가 죽은 뇌세포 근처에서 연결이 끊어진 상태로 고립된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보이기 시작한다”며 “엄밀히 말하면 빛을 본다기보다 인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냅 비전은 마치 눈으로 먹는 약인 셈이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임상 승인 1호로,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알코올 의존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우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김선현 디지털치료 임상센터장은 최근 우울, 스트레스, 불안, 공황장애 등 12분야 정신 건강 문제를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마음나무 ‘마나’를 세우고, 스마트폰으로 자가 진단 평가, 증상별 맞춤 해법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승인을 통해 약물중독, 조현병, 당뇨병 인슐린 투여 용량 결정 등에 디지털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금연 치료에 승인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하고 있다. 2025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1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치료제
게임이나 앱(app·응용 프로그램) 등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기존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쓸 수 있다. 치매, 알코올 의존증, 금연, 시야 장애 치료 등에 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디지털 치료제 뇌 훈련으로 치매 예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인 앱(app·응용 프로그램)으로 질병을 예방·관리하고 치료하는 것을 디지털 치료제라고 한다. 기존 의약품처럼 임상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서 쓸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약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이런 뇌 훈련 디지털 치료제로 인지 기능 효과를 보는 ‘환자’가 늘고 있다.
서울시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 진단을 받은 노인들이 모여서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등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며 뇌 훈련 게임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서로 점수도 비교하고 높은 점수를 낸 사람한테는 박수도 보낸다.
마치 아이들이 모여서 게임 하며 노는 모습과 같지만, 이를 통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경도 인지 장애는 10% 정도가 치매로 진행한다. 디지털 치료제 ‘수퍼 브레인’으로 인지 기능이 감소한 노인 152명을 대상으로 뇌 훈련 임상 시험을 한 결과, 대상자들은 이 훈련에 참여하지 않은 비슷한 처지 노인들보다 인지 능력 검사(RBANS) 점수가 5점 이상 향상됐다. 비참여자는 시간이 경과하며 인지 기능이 더 떨어져 점수가 0.74 낮아졌다. 연구를 주도한 인하대 신경과 최성혜 교수는 “어르신들이 게임 하듯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동기 부여도가 높고 치매도 예방할 수 있는 일석이조 효과”라고 말했다. 수퍼 브레인은 임상 시험을 거쳐서 현재 신경과 의원이나 치매 센터 등에서 의사 처방을 받아 쓰이고 있다.
게임 같은 뇌 훈련을 하는데 왜 치매 예방 효과가 생기는 걸까. 박건우 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 기능 작동에는 예비군이 존재하는데 , 치매처럼 주력군이 다치거나 기능을 못 하는 상황이 오면 예비군이 투입된다”며 “머리 쓰기 훈련은 예비군을 키우는 효과를 내, 고장 난 뇌 기능을 대신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뇌졸중, 우울증, 중독 치료도 디지털로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강동화 교수는 뇌졸중 후유증으로 시야 장애를 앓는 환자들을 디지털 치료제로 고치고 있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시야가 평소보다 많이 좁아지는 현상이 올 수 있다. 이는 눈과 시신경 문제가 아니라 시야를 담당하는 후두엽 기능에 이상이 생긴 탓이다. 뇌졸중으로 시야 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는 국내에 2만명으로 추산된다. 뚜렷한 치료법도 없는 상태다.
이에 강 교수는 인지 지각 학습 프로그램 형식의 디지털 치료제 ‘뉴냅 비전’을 개발하여 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다. 환자는 가상현실(VR) 기구를 끼고 시야에 들어온 다양한 빛 자극과 색채, 모양 등을 퀴즈처럼 맞히는 훈련을 한다. 이를 통해 비활성화된 뇌세포를 깨운다. 강 교수는 “눈은 정상인데 뇌를 다쳐 시야 장애가 온 상황에서 훈련하면 처음에는 안 보이다가 죽은 뇌세포 근처에서 연결이 끊어진 상태로 고립된 뇌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보이기 시작한다”며 “엄밀히 말하면 빛을 본다기보다 인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냅 비전은 마치 눈으로 먹는 약인 셈이다. 국내 디지털 치료제 임상 승인 1호로,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임상 시험 중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알코올 의존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우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김선현 디지털치료 임상센터장은 최근 우울, 스트레스, 불안, 공황장애 등 12분야 정신 건강 문제를 대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마음나무 ‘마나’를 세우고, 스마트폰으로 자가 진단 평가, 증상별 맞춤 해법을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FDA) 승인을 통해 약물중독, 조현병, 당뇨병 인슐린 투여 용량 결정 등에 디지털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금연 치료에 승인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하고 있다. 2025년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1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 치료제
게임이나 앱(app·응용 프로그램) 등 컴퓨터 또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으로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치료하는 방법을 말한다. 기존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임상 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쓸 수 있다. 치매, 알코올 의존증, 금연, 시야 장애 치료 등에 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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