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만 찾으면 뇌기능 퇴화돼 ‘디지털치매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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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20-06-26 16:33본문
디지털치매는 휴대전화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나이가 들어 뇌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퇴행성치매와 달리 디지털기기 의존도가 높은 젊은층에서 많이 나타나며, 심각한 뇌기능 퇴화 증상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일본 고노임상의학연구소에서 발표한 다음 체크리스트 7항목 중 한 가지만 해당해도 디지털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다.
△외우고 있는 전화번호가 몇 개 없다.
△애창곡인데 가사를 안 보면 못 부른다.
△전날 먹은 식사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친구와 대화할 때 80% 이상 메일이나 메신저를 이용한다.
△신용카드 서명 외 손 글씨를 거의 쓰지 않는다.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사람을 처음 만난 사람으로 착각한 적이 있다.
△왜 같은 이야기를 자꾸 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체크 리스트 중 “하나도 해당되는 게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디지털치매는 그만큼 일상 깊숙이 들어와 앉은 증후군이 됐다.
디지털치매는 주로 건망증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일반적인 건망증과는 차이가 있다. 기억의 일부가 떠오르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서 상기해야 하는 게 건망증이라면, 디지털치매는 기억 자체가 비어있다. 기억을 잊은 게 아니라 기억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인은 기계가 알아서 기억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아도 언제든 필요한 곳에 전화를 할 수 있고, 낯선 곳도 네이게이션에 의지해 어렵잖게 운전해서 찾아갈 수 있다. 차가 주차된 장소, 사고 싶은 가방, 친구와 가보고 싶은 맛집은 사진으로 찍어 잠시 뒀다가 지우면 된다. 굳이 내가 머리 아프게 기억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뇌는 눈 코 입 귀 피부 등 감각기관에서 들어온 정보를 모아 대뇌로 보낸다. 수집된 각종 감각정보는 조절과정을 거쳐 저장됐다가 필요할 때 전두엽으로 전달돼 사고와 행동으로 나타난다. 처음 들어오는 정보는 단기기억 저장소에 저장되지만, 반복해서 전두엽으로 보내는 정보는 장기기억 저장소에 보관된다. 학창시절 벼락 공부할 때 들어왔던 지식은 잠시 저장됐다가 잊혀지지만 관심을 갖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되새김한 지식은 평생 써먹을 수 있는 자산이 된다.
디지털기기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뇌에서 정보가 전두엽으로 가는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정보 자체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정보를 어디에 놔뒀는지, 어디에 저장돼 있는지만 기억하는 것이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싶을 때 번호가 아니라 휴대폰에 친구 연락처를 저장했다는 걸 기억해 내는 식이다. 이를 ‘분산기억’이라고 한다.
분산기억에 의지하는 생활방식은 수많은 정보가 뇌에 잠깐 저장됐다가 휘발되게 한다. 이로 인해 뇌의 활동이 줄고 뇌기능이 저하된다. 처음에는 주의력과 단순 계산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되다가, 지나치면 디지털미디어 중독으로 이어져 불면증이나 스트레스 우울 무기력증을 불러올 수 있다.
디지털치매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디지털기기에 의존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다. 가족과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를 직접 외우고, 간단한 숫자 계산은 암산하고, 손글씨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 글을 읽을 때도 가급적 종이책을 이용하고, 카톡이나 채팅 대신 직접 대화하는 게 뇌를 더 많이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다. 한 번에 여러가지 행동을 하는 멀티태스킹은 주의력과 기억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다만, 이들 실천사항을 한꺼번에 시행하려 욕심부리는 것은 좋지 않다. 급하게 한 다이어트가 요요현상으로 돌아오듯, 디지털기기에서 급히 벗어나려하다가 도리어 의존도가 급증하는 ‘디지털 요요현상’을 겪을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실천방법을 찾아 하루에 20~30분씩 노력해 볼 것을 권한다. 코로나19로 자주보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짧은 손편지를 써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이동규 수원 윌스기념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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