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국가 치매 R&D 성공의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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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7-09-28 15:37본문
장면 #1 주부 A씨는 최근 건망증이 심해졌음을 느낀다. 가스불을 끄지 않아 냄비를 태워먹은 일이 가끔 생기더니 최근에는 큰 불까지 낼 뻔 했다.
망설인 끝에 병원을 찾아가 검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초기에만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했어도 병의 진행을 상당히 늦출 수 있는데 지금은 늦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치료제는 없고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약을 처방해 주겠다는 의사의 말에 주부 A씨는 그 자리에서 덜썩 주저앉고 말았다. 로봇으로 수술하는 시대에 치매치료제 하나 없다는 얘기를 믿기 어려웠다.
장면 #2 경증치매환자인 B씨는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 이전에는 외동딸이 있어 1년 가까이 B씨를 집에서 돌봐왔으나 하루종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요양원에 보낼 수도 있으나 비용이 비싸서 엄두도 못냈다. B씨는 다양한 환자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이 낯설고 무서울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로 치매증상이 악화되었고 진정제를 맞는 일도 자주 생겼다. 딸은 1주일마다 방문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잠든 모습만 보고 올 때가 대부분이다. 아버지가 침대에 손발이 묶여있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자위하곤 한다.
장면 #3 공무원 C씨는 치매국가책임제 준비에 한창이다. 치매 검진을 위한 신경 인지검사와 MRI를 급여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조기치매검사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문득, 이로 인해 병원에 쌓이는 신경 인지검사결과와 MRI 영상이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누구와 함께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보건의료 R&D 관련 부처만 해도 7개가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는 아니지만 우리 주위에서 있을법한 사례들이다. 치매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는 다양하지만 치매를 연구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치매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치매 연구를 기초, 응용, 개발로 나누거나, 대학, 연구소, 병원, 기업의 역할분담을 구분짓는 것은 지극히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이다.
치매와 관련된 수요자의 미충족수요를 정확히 정의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미충족수요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한 관점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질환지향성(Disease-oriented), 더 나아가 환자지향성(Patient-oriented) 연구전략이 보건의료 혁신에 있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장면 #1 사례와 같은 환자의 경우 조기에 쉽게 치매진단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가? 치매는 조기 발견시 병의 악화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건망증이 좀 있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치매검사를 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경인지검사 등 기존의 치매검사방법은 아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증세가 없으면 발견이 어렵고, 확진을 위해서는 별도의 영상검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혈액검사만으로 치매유무와 진행정도를 조기에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검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개발된다면 치매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매치료제 개발에도 훨씬 유리하다. 치매 조기검진 바이오마커 개발은 기초연구수준에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검증되고 유용한 바이오마커는 거의 없다.
장면 #2 사례의 경우 경증치매환자인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용이하게 돌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환경이 바뀌게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종종 증세가 악화되곤 한다. 영국에서는 스마트 센싱 시스템을 개발하여 집안에서의 치매환자의 움직임과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치매환자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즉시 알려주는 연구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일정시간 끄지 않으면 가스레인지를 꺼달라고 목소리로 알려주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경증치매환자가 집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면 #3 사례는 보건의료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이냐는 문제다. MRI 영상과 같은 자원은 한군데로 모으는 것도 어렵지만 각기 다른 제품과 프로토콜로 검진했을 경우 나중에 표준화 등의 문제로 연구에도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예를들어, 치매연구에 참여의향이 있는 병원에 한해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고 표준화된 제품과 프로토콜로 MRI 영상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치매연구에 있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 일단, 병원의 MRI 비용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MRI 영상을 모아서 표준화하고 통합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추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함께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각기 다른 영역을 지원하고 있던 두 부처가 힘을 합쳐 치매국가책임제를 구현하기 위해 R&D를 지원한다고 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 R&D시스템이라는 것은 관성이 있어 하루아침에 질환중심성, 환자중심성 R&D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의 입장에서 R&D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에게 R&D 성과의 혜택이 전달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책과 보건의료정책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 정교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전, 치매를 앓고 있는 아주머니의 동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 어린이처럼 좋아하시지만 이내 잊어버리시고 다시 소식을 전할 때마다 처음인 것처럼 좋아하시던 아주머니의 사연이었다.
이번 치매 R&D는 부처와 연구자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동영상 속의 아주머니와 딸의 바람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R&D가 되기를 기대한다.
망설인 끝에 병원을 찾아가 검사한 결과 알츠하이머병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초기에만 알츠하이머병을 발견했어도 병의 진행을 상당히 늦출 수 있는데 지금은 늦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현재 치료제는 없고 병의 진행을 늦추기 위해 약을 처방해 주겠다는 의사의 말에 주부 A씨는 그 자리에서 덜썩 주저앉고 말았다. 로봇으로 수술하는 시대에 치매치료제 하나 없다는 얘기를 믿기 어려웠다.
장면 #2 경증치매환자인 B씨는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 중에 있다. 이전에는 외동딸이 있어 1년 가까이 B씨를 집에서 돌봐왔으나 하루종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요양원에 보낼 수도 있으나 비용이 비싸서 엄두도 못냈다. B씨는 다양한 환자가 입원해 있는 요양병원이 낯설고 무서울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극심한 스트레스로 치매증상이 악화되었고 진정제를 맞는 일도 자주 생겼다. 딸은 1주일마다 방문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잠든 모습만 보고 올 때가 대부분이다. 아버지가 침대에 손발이 묶여있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자위하곤 한다.
장면 #3 공무원 C씨는 치매국가책임제 준비에 한창이다. 치매 검진을 위한 신경 인지검사와 MRI를 급여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사람들이 조기치매검사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문득, 이로 인해 병원에 쌓이는 신경 인지검사결과와 MRI 영상이 데이터를 연구에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누구와 함께 시작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보건의료 R&D 관련 부처만 해도 7개가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사례는 아니지만 우리 주위에서 있을법한 사례들이다. 치매와 관련한 이해관계자는 다양하지만 치매를 연구하는 목적은 단 하나다. 치매와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다. 치매 연구를 기초, 응용, 개발로 나누거나, 대학, 연구소, 병원, 기업의 역할분담을 구분짓는 것은 지극히 공급자 중심적인 사고이다.
치매와 관련된 수요자의 미충족수요를 정확히 정의하고 수요자 중심으로 미충족수요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한 관점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질환지향성(Disease-oriented), 더 나아가 환자지향성(Patient-oriented) 연구전략이 보건의료 혁신에 있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장면 #1 사례와 같은 환자의 경우 조기에 쉽게 치매진단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떨가? 치매는 조기 발견시 병의 악화를 현저히 늦출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건망증이 좀 있다고 해서 병원에 가서 치매검사를 받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경인지검사 등 기존의 치매검사방법은 아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증세가 없으면 발견이 어렵고, 확진을 위해서는 별도의 영상검사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혈액검사만으로 치매유무와 진행정도를 조기에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검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개발된다면 치매 발병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매치료제 개발에도 훨씬 유리하다. 치매 조기검진 바이오마커 개발은 기초연구수준에서는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나 아직까지 임상적으로 검증되고 유용한 바이오마커는 거의 없다.
장면 #2 사례의 경우 경증치매환자인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용이하게 돌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환경이 바뀌게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로 인해 종종 증세가 악화되곤 한다. 영국에서는 스마트 센싱 시스템을 개발하여 집안에서의 치매환자의 움직임과 행동을 모니터링하고, 치매환자가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즉시 알려주는 연구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가스레인지를 켜놓고 일정시간 끄지 않으면 가스레인지를 꺼달라고 목소리로 알려주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경증치매환자가 집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면 #3 사례는 보건의료정책과 과학기술정책을 어떻게 연계할 것이냐는 문제다. MRI 영상과 같은 자원은 한군데로 모으는 것도 어렵지만 각기 다른 제품과 프로토콜로 검진했을 경우 나중에 표준화 등의 문제로 연구에도 어려움이 생기게 된다.
예를들어, 치매연구에 참여의향이 있는 병원에 한해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고 표준화된 제품과 프로토콜로 MRI 영상을 찍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 치매연구에 있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 일단, 병원의 MRI 비용을 지원해주고 나중에 MRI 영상을 모아서 표준화하고 통합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추가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과기정통부가 함께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으로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를 발족한다고 발표했다. 각기 다른 영역을 지원하고 있던 두 부처가 힘을 합쳐 치매국가책임제를 구현하기 위해 R&D를 지원한다고 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가 R&D시스템이라는 것은 관성이 있어 하루아침에 질환중심성, 환자중심성 R&D시스템으로 전환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여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의 입장에서 R&D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환자와 환자의 보호자에게 R&D 성과의 혜택이 전달될 수 있도록 과학기술정책과 보건의료정책이 씨줄과 날줄로 엮어진 정교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전, 치매를 앓고 있는 아주머니의 동영상이 인상적이었다.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 어린이처럼 좋아하시지만 이내 잊어버리시고 다시 소식을 전할 때마다 처음인 것처럼 좋아하시던 아주머니의 사연이었다.
이번 치매 R&D는 부처와 연구자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동영상 속의 아주머니와 딸의 바람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R&D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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