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은 내집처럼, 관리는 병원처럼… 日 치매 그룹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7-06-29 10:28본문
- 그룹 홈 거주 환자 20만명
집에서 쓰던 이불·TV 가져와 1인실 지내며 거실·부엌 공유
간호사·요양사가 24시간 상주
익숙한 환경이 증상 완화 도와… 국내도 공동가정 도입 필요성
지난 23일 오전 치매 환자들이 모여 있는 거실에는 1970년대 일본에서 유행했던 가요가 흘러나왔다. 소싯적 생각하며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오전 11시가 되자 환자들은 TV에 나오는 체조 모델을 보면서 요양사 도움을 받아 체조를 따라 했다. 체조가 끝나자 치위생사가 환자 한 명씩 붙잡고 앉아 구강 상태를 점검하고, 양치질, 치실, 턱관절 마사지를 했다.
고바야시 아키코(小林明子) 총괄부장은 "치매 환자들도 밝고 우아한 곳에서 지낼 수 있게 유럽식 인테리어로 꾸몄다"며 "요코하마에 이런 그룹 홈을 세 곳 운영하는데 찾는 환자 가족이 많아서 대기자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2000년 치매 환자들이 모여 사는 소규모 공동주택 그룹 홈 제도를 도입했다. 유닛(unit) 단위로 운영하는데, 한 유닛에 5~9개의 일인용 객실과 거실, 부엌, 목욕탕 등이 있다. 환자들은 평소에 쓰던 이불, TV, 책상 등을 갖고 올 수 있다.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집에서는 돌보기 어려운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치매 환자를 위해 그룹 홈을 도입한 이유는 치매라는 질병 특성 때문이다. 치매 환자는 사람을 인식하거나 사물을 기억하기 어려워 최대한 집과 같은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 속에서 지내는 게 좋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처럼 대규모 입소자가 있고, 의료진과 직원들이 계속 바뀌는 환경에서는 되레 치매가 악화할 수 있다. 소규모 병원과 가정의 절충 형태인 그룹 홈이 제격이다. 치매 관리 선진국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일본서 그룹 홈이 인기를 끌면서 현재 거주 환자가 20만명에 이른다. 그룹 홈도 675곳에서 2014년 1만1770곳으로 늘었다. 유닛마다 간호사 2명과 요양보호사 2~3명이 24시간 상주하고, 정신과 의사들은 한 달에 두 번 방문 진료를 한다. 치위생사가 일주일에 2~3번 방문해 치아 구강 건강을 관리한다.
환자에게 응급 상황이 생기면 인근 협력 병원으로 이송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의사를 응급 호출하기도 하는데, 한 달에 10번 정도 나온다. 매일 인지 기능 개선과 신체 활동 증진 처치가 이뤄진다. 목욕은 요양보호사들이 해준다. 가족들은 언제든지 면회가 가능하다.
환자가 내는 한 달 생활비는 140만원 정도다. 원래는 약 380만원(38만엔)이지만 치매 판정을 받으면 개호보험(일본 장기요양보험)에서 240만원을 댄다. 치매 중증도가 높을수록 개호보험 지원액이 커진다. 비용은 전국 어디나 동일하다. 그룹 홈 입주 시 1000만원 정도 보증금을 환자 측이 내야 하고, 추가로 특수 치료가 필요한 경우 환자가 부담한다.
우리나라에는 치매 환자를 위한 그룹 홈 제도가 없다. 노인요양 공동생활가정이라고 9인
이하 요양시설이 있지만, 치매 환자에게 특화돼 있지 않고, 장기요양보험 수가가 낮아 운영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일본 개호보험 연구자인 유한대 보건행정학과 남상요 교수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72만명이고, 매년 증가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제 치매 환자가 제대로 케어받고 가족들도 안심하는 한국형 치매 공동가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전글술 마시면 기억 잃는 당신, ‘알콜성 치매’ 빨간불 17.06.29
- 다음글[탐방 : 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 치매전담실] 인지·행동기능 집중개선한다 17.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