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철거 100㎡ 땅에 ‘기억 텃밭’…치매환자 우울도 옅어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3-09-27 09:25본문
“손을 뒤통수로 옮겨서 지그시 눌러보세요.”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동 텃밭에 모인 50~70대 중장년 10여명이 천막에 앉아서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업 전 경직된 몸을 풀기 위한 ‘루틴’이다. 체조가 끝나자 본격적인 밭일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사각 목재 화분에 가을꽃 모종 심기. 이어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에 물을 주고, 집에서 먹을 깻잎과 가지를 수확했다.
30여분 지나 천막에 다시 모인 텃밭 농부들은 다시 강사의 선도로 마무리 체조를 했다. 이날 텃밭 수업은 오후 4시께 끝났다. 수강생 최아무개(72)씨는 “6년 전 뇌출혈 뒤 우울증이 왔다. 텃밭에서 식물을 가꾸니 기분이 너무 좋다.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중장년 수강생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기억이 꽃피는 텃밭 가꾸기’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 북구 치매안심센터가 운영하는데 지난 6월 치매 위험군에 속한 27명이 처음 수강했다. 이날은 2기생 13명의 수업이 시작된 날이다. 프로그램은 매주 월·수요일 오후 3~4시, 모두 여덟차례 운영된다. 텃밭 가꾸기, 나눔화분·소원나무·천연살충제 만들기 등 체험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치매 위험군과 치매 환자들을 바람과 햇볕이 있는 야외로 나오게 해 우울감과 고립감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텃밭은 100㎡ 남짓이다. 밭이 있던 곳은 오랜 기간 빈집으로 방치돼 쓰레기가 나뒹굴던 곳이다. 부산 북구가 빈집을 철거했고 부산과학기술대 동아리 ‘도시농업복지연구회’ 회원들이 잡초를 제거했다. 동아리 회장 권경신(55)씨는 “회원 30여명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우울척도검사를 했더니 프로그램 참가 전 4.3이었던 우울지수가 1.9로 크게 낮아졌다. 응답자의 85%가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했다. 1기 수강생 김아무개(73)씨는 “텃밭 가꾸기를 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서 여덟번 모두 나왔다. 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주민들도 환영했다. 윤아무개(56)씨는 “잡초와 쓰레기로 가득했던 빈집이 꽃들이 있는 텃밭으로 바뀌니 동네가 한층 밝아지고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43%가 60살 이상인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은 2019년 10월부터 치매안심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주 찾는 손님과 어르신이 평소와 다른 언행을 하면 가게 주인이 치매안심센터 안내문을 건네며 치매 검진을 권유한다. 현재 동네 약국·빵집·미용실 등 20여곳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미용실 원장 박수안씨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1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치매 유병률이 가장 높은 동구(10.38%)는 지역 9개 기관·단체와 협력해 치매 조기검진·예방교육·인지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대한노인회와 함께 지역 경로당 77곳을 찾아가 573명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을 했다. 이를 통해 치매 고위험군 70명을 찾았다.
부산시는 “부산은 올해 65살 이상 치매 환자 수가 6만8천여명으로 추정되고 2021년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65살 인구 20% 이상)에 진입함에 따라 선제적이고 전문적인 치매 예방·치료·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족이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지난 11일 오후 부산 북구 구포동 텃밭에 모인 50~70대 중장년 10여명이 천막에 앉아서 강사의 지시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작업 전 경직된 몸을 풀기 위한 ‘루틴’이다. 체조가 끝나자 본격적인 밭일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사각 목재 화분에 가을꽃 모종 심기. 이어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에 물을 주고, 집에서 먹을 깻잎과 가지를 수확했다.
30여분 지나 천막에 다시 모인 텃밭 농부들은 다시 강사의 선도로 마무리 체조를 했다. 이날 텃밭 수업은 오후 4시께 끝났다. 수강생 최아무개(72)씨는 “6년 전 뇌출혈 뒤 우울증이 왔다. 텃밭에서 식물을 가꾸니 기분이 너무 좋다. 인생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중장년 수강생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기억이 꽃피는 텃밭 가꾸기’다. 이 프로그램은 부산 북구 치매안심센터가 운영하는데 지난 6월 치매 위험군에 속한 27명이 처음 수강했다. 이날은 2기생 13명의 수업이 시작된 날이다. 프로그램은 매주 월·수요일 오후 3~4시, 모두 여덟차례 운영된다. 텃밭 가꾸기, 나눔화분·소원나무·천연살충제 만들기 등 체험 위주로 진행되는 강의다.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치매 위험군과 치매 환자들을 바람과 햇볕이 있는 야외로 나오게 해 우울감과 고립감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텃밭은 100㎡ 남짓이다. 밭이 있던 곳은 오랜 기간 빈집으로 방치돼 쓰레기가 나뒹굴던 곳이다. 부산 북구가 빈집을 철거했고 부산과학기술대 동아리 ‘도시농업복지연구회’ 회원들이 잡초를 제거했다. 동아리 회장 권경신(55)씨는 “회원 30여명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참가자를 대상으로 우울척도검사를 했더니 프로그램 참가 전 4.3이었던 우울지수가 1.9로 크게 낮아졌다. 응답자의 85%가 “삶의 활력을 찾았다”고 했다. 1기 수강생 김아무개(73)씨는 “텃밭 가꾸기를 하니까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서 여덟번 모두 나왔다. 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주민들도 환영했다. 윤아무개(56)씨는 “잡초와 쓰레기로 가득했던 빈집이 꽃들이 있는 텃밭으로 바뀌니 동네가 한층 밝아지고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전체 인구의 43%가 60살 이상인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은 2019년 10월부터 치매안심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주 찾는 손님과 어르신이 평소와 다른 언행을 하면 가게 주인이 치매안심센터 안내문을 건네며 치매 검진을 권유한다. 현재 동네 약국·빵집·미용실 등 20여곳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미용실 원장 박수안씨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16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치매 유병률이 가장 높은 동구(10.38%)는 지역 9개 기관·단체와 협력해 치매 조기검진·예방교육·인지훈련을 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대한노인회와 함께 지역 경로당 77곳을 찾아가 573명을 대상으로 치매 조기검진을 했다. 이를 통해 치매 고위험군 70명을 찾았다.
부산시는 “부산은 올해 65살 이상 치매 환자 수가 6만8천여명으로 추정되고 2021년 7대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초고령사회(65살 인구 20% 이상)에 진입함에 따라 선제적이고 전문적인 치매 예방·치료·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치매 환자·가족이 함께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 이전글'치매' 사라진다…새 용어 후보 '인지증·인지저하증·인지병' 23.09.27
- 다음글알코올·약물 과다에 영양 부족, 젊은 치매 지름길 23.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