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못찾아온 죄로 경찰서 간 어머니
페이지 정보
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6-05-26 10:19본문
"어머니, 아파트 옆 큰길가에서 기다리세요."
"알았다."
가로수 아래 서 있는 어머니는 손녀가 사준 가방을 들고 마치 좋은 곳에 외출하는 모습이다.
"여기가 어디냐?"
"경찰서요."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내가 여기를 와."
"자주 집 못 찾아오는 것이 큰 죄(?)죠."
'치매어르신 사전등록제'에 어머니를 등록하기 위해 어머니와 동네 지구대에 들어서면서 나눈 대화다.
5시간 동안 집 못 찾으신 어머니
3년 전부터 어머니는 치매예방약을 복용하셨는데도 요즘 외출하셨다가 집을 찾아오시지 못한 횟수가 늘었다. 올해 77세인 어머니에게 중풍으로 인해 생긴 혈관성 치매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시내 계모임에 버스를 환승해서 가실 정도였는데 점점 나빠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집에서 1.5km 거리에 있는 성당에 가시다가 길을 잃었다.
어머니가 처음 집을 찾아오시지 못한 것은 작년 가을. 성당 본당의 날 행사를 마치고서다. 성당행사는 어머니가 처음 간, 성당과 500여 미터 떨어진 실내체육관이었다. 행사는 오후 3시쯤 끝났지만 저녁 6시가 되어도 어머니는 귀가를 하지 않았다. 아파트 경로당에 들러 어르신들과 함께 계신 줄 알았다.
"어머니 지금 어디세요?"
"집에 거의 다 왔다."
휴대전화 통화 후 1시간이 지나도 집에 오시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지금 어디세요?"
"집에 거의 다 왔다."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이다. 여태껏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어서 어머니가 집을 못 찾으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두드렸다.
"어머니, 집을 못 찾아오신 거죠? 어머니 곁에 지나가는 사람 없어요?"
"없다."
"보이는 건물은요?"
"안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가 끊어졌다. 갑자기 겁이 났다. 또 전화를 했다. 전화 신호음 뒤에 전화를 받았지만 걸어가는 소리만 들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몇 번을 불렀지만 전화는 다시 끊기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했지만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몹쓸 생각이 꼬리를 잇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눈물이 났다.
"어머니 전화 끊지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하세요."
"아줌마요, 전화 좀 받아주시오."
전화기에서 아줌마에게 부탁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그냥 지나가 버린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머니, 전화 끊지 말고 주위에 가게가 있으면 가게에 들어가서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하세요."
한참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라고 해서 받았습니다."
걸걸한 목소리의 아저씨다. 자초지종을 말하려고 하는데 나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아저씨한테 위치를 물어봤다. 우리집에서 직선 거리로 500미터도 채 안 되는 곳이었다. 위치를 확인하고 곧바로 뛰어나갔다. 내가 어머니 앞에 나타나자 어머니는 날 보고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는 성당 행사가 끝난 뒤 5시간 동안 길을 헤매신 것이다.
"배가 고파서 우유도 사먹었다."
"다리는 안 아파요?"
"다리는 안 아픈데 발바닥이 뜨겁다."
이 사건이 있은 뒤로 어머니께 전화번호를 새긴 팔찌도 해드렸다. 두 달 전 저녁 미사에 갔다가 길을 잃고는 이젠 아침 미사만 가신다. 그런데 지난 15일에는 아침 미사에 가시다가 또 길을 잃어 미사에 가지 못하고 아는 분이 집을 가르쳐줘서 돌아오셨다.
인터넷에 '치매'를 검색했다. 배회하는 어르신 인식표, 치매어르신 위치추적기, 휴대전화 위치추적 어플, 치매예방 게임, 치매 초기증상, 치매검사, 치매에 좋은 음식, 치매지원센터, 치매 증상, 치매 예방, 치매 장애등급 등 많은 정보가 있다. 그중 동네 지구대에 사전등록을 하는 제도가 있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가족관계증명서 1부가 필요하단다. 나이, 키, 몸무게, 얼굴형 등을 기입하고 지문과 사진도 찍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내가 가끔 정신줄을 나서 그러요."
친절한 경찰 아저씨와 해맑게 웃으면서 대화하시는 어머니. 점점 당신 곁으로 다가오는 치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신가 보다.
"알았다."
가로수 아래 서 있는 어머니는 손녀가 사준 가방을 들고 마치 좋은 곳에 외출하는 모습이다.
"여기가 어디냐?"
"경찰서요."
"죄지은 것도 없는데. 왜 내가 여기를 와."
"자주 집 못 찾아오는 것이 큰 죄(?)죠."
'치매어르신 사전등록제'에 어머니를 등록하기 위해 어머니와 동네 지구대에 들어서면서 나눈 대화다.
5시간 동안 집 못 찾으신 어머니
▲ 지문등록을 하고 있는 어머니 | |
ⓒ 이경모 |
3년 전부터 어머니는 치매예방약을 복용하셨는데도 요즘 외출하셨다가 집을 찾아오시지 못한 횟수가 늘었다. 올해 77세인 어머니에게 중풍으로 인해 생긴 혈관성 치매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시내 계모임에 버스를 환승해서 가실 정도였는데 점점 나빠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집에서 1.5km 거리에 있는 성당에 가시다가 길을 잃었다.
"어머니 지금 어디세요?"
"집에 거의 다 왔다."
휴대전화 통화 후 1시간이 지나도 집에 오시지 않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지금 어디세요?"
"집에 거의 다 왔다."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답이다. 여태껏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어서 어머니가 집을 못 찾으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두드렸다.
"어머니, 집을 못 찾아오신 거죠? 어머니 곁에 지나가는 사람 없어요?"
"없다."
"보이는 건물은요?"
"안 보인다."
그리고 잠시 후 전화가 끊어졌다. 갑자기 겁이 났다. 또 전화를 했다. 전화 신호음 뒤에 전화를 받았지만 걸어가는 소리만 들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몇 번을 불렀지만 전화는 다시 끊기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계속 전화를 했지만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다. 몹쓸 생각이 꼬리를 잇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눈물이 났다.
"어머니 전화 끊지 마시고 지나가는 사람한테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하세요."
"아줌마요, 전화 좀 받아주시오."
전화기에서 아줌마에게 부탁하는 어머니 목소리가 들린다.
"그냥 지나가 버린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머니, 전화 끊지 말고 주위에 가게가 있으면 가게에 들어가서 전화 좀 받아달라고 하세요."
한참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할머니가 전화를 받으라고 해서 받았습니다."
걸걸한 목소리의 아저씨다. 자초지종을 말하려고 하는데 나는 말을 더듬고 있었다. 아저씨한테 위치를 물어봤다. 우리집에서 직선 거리로 500미터도 채 안 되는 곳이었다. 위치를 확인하고 곧바로 뛰어나갔다. 내가 어머니 앞에 나타나자 어머니는 날 보고 얼마나 반가워하시는지,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머니는 성당 행사가 끝난 뒤 5시간 동안 길을 헤매신 것이다.
"배가 고파서 우유도 사먹었다."
"다리는 안 아파요?"
"다리는 안 아픈데 발바닥이 뜨겁다."
▲ 어머니 이름과 내 전화번호를 새긴 팔찌 | |
ⓒ 이경모 |
이 사건이 있은 뒤로 어머니께 전화번호를 새긴 팔찌도 해드렸다. 두 달 전 저녁 미사에 갔다가 길을 잃고는 이젠 아침 미사만 가신다. 그런데 지난 15일에는 아침 미사에 가시다가 또 길을 잃어 미사에 가지 못하고 아는 분이 집을 가르쳐줘서 돌아오셨다.
인터넷에 '치매'를 검색했다. 배회하는 어르신 인식표, 치매어르신 위치추적기, 휴대전화 위치추적 어플, 치매예방 게임, 치매 초기증상, 치매검사, 치매에 좋은 음식, 치매지원센터, 치매 증상, 치매 예방, 치매 장애등급 등 많은 정보가 있다. 그중 동네 지구대에 사전등록을 하는 제도가 있어서 어머니를 모시고 갔다. 가족관계증명서 1부가 필요하단다. 나이, 키, 몸무게, 얼굴형 등을 기입하고 지문과 사진도 찍었다.
"할머니 건강하세요."
"내가 가끔 정신줄을 나서 그러요."
친절한 경찰 아저씨와 해맑게 웃으면서 대화하시는 어머니. 점점 당신 곁으로 다가오는 치매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으신가 보다.
▲ 보건복지부와 어린이재단이 만든 치매인식표 | |
ⓒ 이경모 |
- 이전글"남성 Y염색체 손실, 치매와 관계있다" 16.05.26
- 다음글고령화 시대에 늘어가는 `치매` 환자, 초기 증상 예방에 좋은 음식은? 16.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