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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5-05-15 13:55본문
A씨는 매일 아침 6시 반에 기상한다. 손주들이 찾아오거나 저녁 모임이 생겨서 전날 취침 시간이 늦어져도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퇴직 몇 달 전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을 들였다. 기상 시간이 일정하면 수면의 질이 좋아지고 개운한 아침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어나서 A씨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5분 맨손체조다. 간단한 스트레칭과 함께 맨손체조를 하면 혈액순환이 잘 돼 기분이 좋아진다. 왠지 모르게 오늘 하루는 좋은 일들만 생길 것 같다.
몸이 좀 풀리면 현관으로 나가 조간신문을 챙겨온다. 퇴직 전에는 아침에 좀처럼 여유가 없어서 큰 제목만 보거나 1면 기사를 읽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메모까지 하면서 모든 기사를 정독한다. 읽고 생각하는 과정이 뇌에 자극을 줘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꼬박 1시간에 걸쳐 신문을 읽고 난 뒤에는 아침식사를 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침을 먹지 않는 사람은 아침을 먹는 사람들에 비해 심장질환이나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0~30%나 더 높다고 한다. A씨는 오늘 아침 잡곡밥 한 공기와 두부가 들어간 된장찌개, 시금치 나물, 고등어 구이 한 토막, 그리고 멸치호두볶음을 먹었다. 어떤 날은 사과 한 개, 우유 한 잔 정도로 간단히 끝내기도 한다.
아침식사로는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포함한 식단이 좋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의 양과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근육 생성에 필요한 단백질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또한 아침에 단백질과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면 점심과 저녁에 과식하는 것을 막고,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도 예방할 수 있다. 연세대 예방의학과 연구진이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침식사를 조금 과하게 하더라도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한 사람들은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낮았다. 단백질은 우유 한 잔, 달걀 한 개, 두부 한 쪽, 식이섬유는 사과 한 개 또는 잡곡밥 한 공기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아침식사 후에는 주로 아내와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집 뒤편에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기로 했다. A씨 부부는 두 딸이 결혼하고 난 뒤 ‘빈둥지 증후군’을 겪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두 딸의 빈자리가 훨씬 컸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걸으면서 기분을 전환한다. 실제로 호주 센트럴퀸즈랜드대의 연구에 의하면, 주 3회씩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면 우울 증상이 줄어든다고 한다. 20분 이상 유산소운동을 하면 뇌에서 ‘엔도르핀’이라는 물질을 내보내는데, 이 엔도르핀이 항우울제 작용을 한다는 것. 유산소운동은 우울증뿐 아니라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로 가는 혈액의 양이 증가하고 신경세포의 성장을 도와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금연·절주·운동·식생활만 잘 지켜도 수명 최대 10년 연장
산책 후 간단히 샤워를 하고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건강을 생각해 자가용이나 택시보다는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한다. 올해 건강검진에서는 혈압이 정상 수치로 내려가도록 최대한 많이 걷고, 음식도 싱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약속 장소인 비빔밥 전문점에 도착했다. 최근에는 흰 쌀밥 대신 잡곡밥을 주는 식당들도 많이 생겨난 것 같다. 가급적 짜게 먹지 않으려고 고추장은 조금만 넣었다. 조금 싱겁긴 했지만 천천히 여러 번 씹어먹으니 비빔밥에 들어 있는 나물들이 달게 느껴졌다. 비빔밥과 함께 나온 콩나물국은 국물에 나트륨이 많다고 해 한 수저만 뜨고 남겼다.
예전에는 자리에 앉자마자 수저를 들기 시작해 10~15분이면 식사를 끝냈다. 요즘엔 가급적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나이가 들면 소화능력이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꼭꼭 씹어먹어야 소화에 무리가 없다. 꼭꼭 씹어먹으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음식을 씹어먹는 저작운동이 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A씨는 이렇게 종종 친구들과 만나서 보내는 시간이 즐겁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라지만, A씨의 친구들은 아직까지 다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다. 다만, 아직도 식사 후엔 어김없이 담배를 태우는 친구가 있어 핀잔을 줬다. A씨도 하루 종일 담배를 물고 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건강을 생각해서 끊은 지 올해로 10년째. 예전에는 술도 거의 매일 마시다시피 했지만, 퇴직 후에는 하루 한 잔 정도로 줄였다.
동창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인복지관에 들렀다. 퇴직하고 난 뒤 3개월은 할 일 없이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낼 순 없겠단 생각이 들어서 복지관에 나가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다음 달에는 서예동호회 회원들과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수업이 끝나고 복지관 1층 카페에 들러 동호회 사람들과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늘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은 아메리카노를 선택한다. 혈압과 체중 조절을 위해 설탕과 크림은 물론 넣지 않는다. 오후가 되면서 조금 출출해져 과자가 먹고 싶었지만 집에서 간식으로 가져온 바나나와 사과 반쪽으로 대신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와 만나 마트에 들렀다. A씨 부부는 오후에 종종 마트에 나가 저녁 찬거리를 사온다. 집에서 마트까지 걸어서 갈 만한 거리라 운동도 되고, 제철 식재료들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면 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일석삼조. 영남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 외식이 잦을수록 건강 식생활 실천 정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아내를 따라 자주 마트에 다니면서 요리에도 관심이 생겼다. 서예전시회가 끝나면 이 참에 복지관 요리강좌도 등록할 생각이다.
오후 6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TV를 틀었다. 최근에는 확실히 건강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다. 패널로 나온 출연자들마다 마치 특별한 건강비법이라도 아는 냥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잘 들어보면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습관을 지키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실제로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이 31년에 걸쳐 추적 조사한 스위스 국민의 코호트 자료를 분석한 결과 60대부터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생활의 네 가지 생활습관만 잘 지켜도 수명이 최대 10년까지 연장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설 명절, 딸이 알려준 스마트폰 만보기 앱에 접속해 오늘 하루 걸음걸이 수를 확인해봤다.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닌 덕분에 다행히 오늘은 만보를 넘겼다. 시계를 보니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 A씨는 아내와 함께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신혜형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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