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치매에 더 취약한 이유…같은 고혈압도 '뇌 타격'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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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6-05-21 10:36본문
"남편은 고혈압에 당뇨도 있는데, 혈압만 높은 나는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고혈압 같은 하나의 위험인자에도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더 강하게 흔들린다.
같은 고혈압, 뇌에 미치는 타격이 다르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메건 피츠휴 박사 연구팀은 인지기능(기억·판단·집중 등 뇌의 사고 능력)이 정상인 만 40세 이상 성인 1만7,182명을 분석했다.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인자들이 여성의 뇌에 남성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대규모로 비교한 연구로, 5월 19일 국제학술지 《Biology of Sex Differenc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살펴본 13가지 위험인자는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 치매 위원회가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제시한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인자'들이다. 나이 또는 유전자처럼 바꿀 수 없는 요인이 아니라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저학력, 청력손실, 흡연, 과음, 비만, 우울증, 운동부족, 고혈압, 당뇨, 수면 문제, 사회적 고립에 2024년 새로 추가된 시력손실과 고LDL콜레스테롤(고지혈증)까지 모두 13가지다.
이번 연구는 이런 인자들이 여성의 뇌에 남성보다 더 세게 작용하는지를 따졌다.
고혈압이 있는 여성과 남성이 같은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을 때, 여성의 점수가 더 많이 떨어졌다. 비만도 마찬가지였다. 청력손실과 당뇨는 남성에게 더 흔한 인자인데도 뇌에 미치는 타격은 오히려 여성에서 컸다. 단순히 위험인자를 더 많이 갖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같은 위험인자인데도 여성의 뇌에 더 큰 손상을 남겼다.
위험인자 보유 현황을 봐도 여성이 불리했다. 각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 즉 유병률에서 여성이 높은 항목이 더 많았다. 우울증은 여성 17%, 남성 9%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운동부족은 48% 대 42%, 수면 문제는 45% 대 40%였다.
청력손실(64% 대 50%)과 과음(22% 대 12%), 당뇨(24% 대 21%)는 남성이 높았다.
고혈압만 남녀 모두 10명 중 6명 수준으로 비슷했다.
치매는 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왜 같은 위험인자가 남성보다 여성의 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연구팀은 호르몬 차이, 유전적 감수성(특정 질환에 걸리기 쉬운 정도), 의료 접근성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간 치매 성별 격차 연구는 두 주제를 맴돌았다. "여성이 얼마나 더 많이 걸리느냐"와 "치매 위험 유전자(APOE4)나 폐경이 원인이냐"였다. 첫 번째 주제는 남녀 간 발병률 차이를 드러냈지만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타고나거나 피할 수 없는 요인에 집중, 정작 예방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탐구 방향 자체를 바꿨다. 성별 격차의 원인을 유전자가 아닌 생활습관에서 찾았고, 위험인자 하나하나가 여성의 인지기능을 얼마나 더 크게 깎아내리는지를 1만7천 명의 검사 결과와 건강 데이터로 직접 측정했다. 생활습관 영역에서 치매 성별 격차의 실마리를 대규모 데이터로 구체화한 연구다.
결론은 뚜렷했다. 같은 위험인자라도 여성의 인지기능 점수 저하 폭이 남성보다 컸다.
치매는 결국 뇌질환이지만, 그 뿌리는 혈관·수면·운동·우울 같은 전신 건강에 있다. 혈압약을 깜빡하고, 운동을 조금씩 미루고, 잠이 조금씩 얕아지는 그 일상의 축적에서 이미 진행된다.
다만 위험이 클수록 관리로 되돌릴 수 있는 폭도 크다. 혈압을 낮추고, 우울증을 제때 치료받고,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혈압을 잰 게 언제인가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약 72%가 여성이다. 2026년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기대수명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신저자(연구 전반을 총괄한 책임 연구자) 주디 파 교수는 "알츠하이머, 심장병, 암처럼 주요 사망 원인에서 성별 차이는 지금도 심각하게 간과되고 있다"며 "치매 연구에서 성별을 핵심 변수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츠휴 박사는 "성별 차이를 더 정밀하게 이해할수록 더 효과적인 예방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혈압을 잰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고, 잠도 요즘 부쩍 얕아졌고, 울적한 기분이 몇 달째 가시지 않는다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한 번쯤 돌아보자.
혈압약 한 알, 30분 걷기. 그 하루가 뇌를 지킨다.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이런 생각은 맞지 않을 수 있다. 고혈압 같은 하나의 위험인자에도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더 강하게 흔들린다.
같은 고혈압, 뇌에 미치는 타격이 다르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의대 메건 피츠휴 박사 연구팀은 인지기능(기억·판단·집중 등 뇌의 사고 능력)이 정상인 만 40세 이상 성인 1만7,182명을 분석했다.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위험인자들이 여성의 뇌에 남성보다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를 대규모로 비교한 연구로, 5월 19일 국제학술지 《Biology of Sex Differences》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살펴본 13가지 위험인자는 의학저널 《랜싯(The Lancet)》 치매 위원회가 2020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제시한 '수정 가능한 치매 위험인자'들이다. 나이 또는 유전자처럼 바꿀 수 없는 요인이 아니라 치료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저학력, 청력손실, 흡연, 과음, 비만, 우울증, 운동부족, 고혈압, 당뇨, 수면 문제, 사회적 고립에 2024년 새로 추가된 시력손실과 고LDL콜레스테롤(고지혈증)까지 모두 13가지다.
이번 연구는 이런 인자들이 여성의 뇌에 남성보다 더 세게 작용하는지를 따졌다.
고혈압이 있는 여성과 남성이 같은 인지기능 검사를 받았을 때, 여성의 점수가 더 많이 떨어졌다. 비만도 마찬가지였다. 청력손실과 당뇨는 남성에게 더 흔한 인자인데도 뇌에 미치는 타격은 오히려 여성에서 컸다. 단순히 위험인자를 더 많이 갖고 있어서는 아니었다. 같은 위험인자인데도 여성의 뇌에 더 큰 손상을 남겼다.
위험인자 보유 현황을 봐도 여성이 불리했다. 각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의 비율, 즉 유병률에서 여성이 높은 항목이 더 많았다. 우울증은 여성 17%, 남성 9%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운동부족은 48% 대 42%, 수면 문제는 45% 대 40%였다.
청력손실(64% 대 50%)과 과음(22% 대 12%), 당뇨(24% 대 21%)는 남성이 높았다.
고혈압만 남녀 모두 10명 중 6명 수준으로 비슷했다.
치매는 뇌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왜 같은 위험인자가 남성보다 여성의 뇌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연구팀은 호르몬 차이, 유전적 감수성(특정 질환에 걸리기 쉬운 정도), 의료 접근성 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간 치매 성별 격차 연구는 두 주제를 맴돌았다. "여성이 얼마나 더 많이 걸리느냐"와 "치매 위험 유전자(APOE4)나 폐경이 원인이냐"였다. 첫 번째 주제는 남녀 간 발병률 차이를 드러냈지만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두 번째는 타고나거나 피할 수 없는 요인에 집중, 정작 예방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탐구 방향 자체를 바꿨다. 성별 격차의 원인을 유전자가 아닌 생활습관에서 찾았고, 위험인자 하나하나가 여성의 인지기능을 얼마나 더 크게 깎아내리는지를 1만7천 명의 검사 결과와 건강 데이터로 직접 측정했다. 생활습관 영역에서 치매 성별 격차의 실마리를 대규모 데이터로 구체화한 연구다.
결론은 뚜렷했다. 같은 위험인자라도 여성의 인지기능 점수 저하 폭이 남성보다 컸다.
치매는 결국 뇌질환이지만, 그 뿌리는 혈관·수면·운동·우울 같은 전신 건강에 있다. 혈압약을 깜빡하고, 운동을 조금씩 미루고, 잠이 조금씩 얕아지는 그 일상의 축적에서 이미 진행된다.
다만 위험이 클수록 관리로 되돌릴 수 있는 폭도 크다. 혈압을 낮추고, 우울증을 제때 치료받고, 꾸준히 걷는 것만으로도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혈압을 잰 게 언제인가
한국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약 72%가 여성이다. 2026년 치매 환자 수는 10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히 기대수명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신저자(연구 전반을 총괄한 책임 연구자) 주디 파 교수는 "알츠하이머, 심장병, 암처럼 주요 사망 원인에서 성별 차이는 지금도 심각하게 간과되고 있다"며 "치매 연구에서 성별을 핵심 변수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츠휴 박사는 "성별 차이를 더 정밀하게 이해할수록 더 효과적인 예방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혈압을 잰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하고, 잠도 요즘 부쩍 얕아졌고, 울적한 기분이 몇 달째 가시지 않는다면, 자신의 건강 상태를 한 번쯤 돌아보자.
혈압약 한 알, 30분 걷기. 그 하루가 뇌를 지킨다. 여성이라면 더욱 그렇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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