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특별등급제 D-1…경증치매 남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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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4-06-30 14:13본문
의료계의 ‘보이콧’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치매특별등급제’가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치매특별등급(5등급)을 진단하는 기준이 되는 의사소견서를 한의사도 발급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발해 거부까지 선언했던 의료계가 일단 제도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치매특별등급제 시행을 계기로 치매에 대한 제도적 접근 방식 등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기존 장기요양 1, 2, 3등급을 받지 못한 노인 가운데 치매 증세가 있는 환자들도 장기요양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명확한 기준이나 치료 방법 등이 마련되지 않아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대한치매학회와 공동으로 치매 환자 50만명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석승한 : 최근 우리나라에서 치매 환자가 급증했고 관련 의료비도 급상승했다. 지난 2006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매로 진료비를 지급한 환자가 10만5,000명인데 2012년 말에는 31만2,000명으로,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치매환자 추계도 많이 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유병률로 보면 치매 환자가 50만명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숫자는 오는 2020년에는 75만명, 2030년에는 113만5,000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에 반해 노인인구의 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늘었다. 왜 우리나라에서 치매환자가 최근 5~10년 사이 급증했다고 보는가.
김상윤 : 현상적인 부분과 원인적인 부분이 있다. 현상적인 것은 치매로 진단을 받고 태깅 (tagging)이 되면 지원 받을 수 있는 국가적인 서비스정책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치매로 진단 받아도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지만 이제는 치매 진단 받으면 진료비 지원은 물론 돌보미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신고되는 환자가 증가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서 예전에는 치매로 생각하지 않았던 환자도 치매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다.
- ▲ 대한치매학회 김상윤 이사장 김형진 기자
또 하나는 치매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예전보다 치매라고 느끼는 정도가 많이 낮아졌다. 실제로 환자가 증가했다기보다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의사의 치매 진단 등도 좋아져서 더 많은 환자들이 발굴되고 있다. 예전에는 당뇨 환자가 인지장애가 생기면 당뇨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치매라는 태깅을 붙인다.
실제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 선진국은 치매 환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진단이 제대로 안된 코호트를 갖고 계속 끌고 나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치매에 대한 우리나라 통계를 믿지 못한다.
또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치매 환자가 많은 사회·문화적인 이유도 있다. 현재 60대 이상은 뇌 성장 시기에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을 겪었다. 외국도 2차 세계대전 시기에 태어났던 세대가 지났기 때문에 감소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둘째, 우리나라 노인들은 너무 놀지 못했다. 예전에는 일요일에도 직장 나가는 사람이 박수 받았다. 그런 것 때문에 놀 줄 몰라서 즐거움에 대해 개념이 없어서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양동원 : 서울시 마포구 치매지원센터를 맡고 있다. 지역 환자들을 스크리닝하고 인지기능 선별검사하고 거기서 이상이 있으면 치매 검사를 해서 치매 판정하게 된다.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치매환자 늘어난 게 5~7년 사이라고 하면 그것과 맞아 떨어진다. 서울시는 치매 환자를 적극적으로 선별해서 이 사람들을 초기에 치료하는 게 향후 치매를 줄일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여기서 주로 하는 업무가 치매 환자를 선별해서 진단내리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보내는 일이다. 서울시 25개 구마다 치매지원센터가 있는데 이들을 서로 경쟁 시켰다. 더 많은 치매 환자를 발굴할수록 점수를 주다보니 각 지역 치매지원센터에서 경쟁적으로 치매 환자를 발굴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니까 경도인지장애(MCI, Mild Cognitive Impairment) 환자도 치매로 진단하는 문제도 생겼다. 이런 환자들이 치매로 진단받으면 국가 지원을 받고 약을 먹을 수 있다 보니까 보호자들이 치매 진단을 요구하기도 한다. 제도 시행 3년째 까지 치매 환자 비율이 센터별로 4%를 넘기 힘들었다. 그러다보니 잘못했다고 해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하기도 했다. 현재도 어떻게 하면 치매 환자를 많이 발굴할 수 있을까하는 압박감을 갖고 있다. 이게 성공적인 케이스가 되다보니 이걸 모델로 해서 인천, 대전, 부산 등도 비슷한 시스템을 도입해서 하고 있다.
- ▲ 대한치매학회 정책이사 김형진 기자
석승한 : 치매 환자가 늘어난 터닝 포인트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부터 치매와 관련된 여러 가지 국가사업이 시작됐다. 서울시 25개구마다 치매지원센터가 생겼고 그걸 계기로 치매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활동영역을 넓혔다. 급기야 정부에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12년에는 ‘치매관리법’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치매 환자가 받는 혜택이 늘었고 이 혜택을 받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진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국가 주도로 하는 조기치매검진사업이 지금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맞는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양영순 :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치매조기검진사업을 하면서 환자 풀이 늘기도 했지만 제네릭 회사들이 많이 나오면서 개원가 등에서 치매 약을 너무 쉽게 선택하게 만들었다. 약을 처방하려면 치매라는 코드가 들어가야 한다. 그렇다보니 제약회사들이 MMSE(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간이정신상태검사)와 GDS (Geriatric Depression Scale, 노인우울척도) 점수만 있으면 삭감되지 않는다고 홍보했다. 이 때문에 조금만 기억력 떨어지는 MCI 환자들도 무분별하게 치매로 진단됐다.
김상윤 : 치매관리법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뇌건강관리법이 있어야 한다. 치매라는 말을 이렇게 쓸 이유가 뭐가 있나. 국가 자체가 치매 쪽으로 사회에 자극을 주려고 한다. 치매를 관리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뇌건강을 관리해서 치매가 오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약도 못쓰고 아무것도 못하니까 자꾸 치매를 넣게 된다. 어떻게 보면 국가가 치매 환자를 남발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가 정책이 치매환자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것 때문에 사회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치매에 걸렸다고 하는데 우울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는가. 가능하면 치매라는 말은 빼야 한다.
양동원 : 우리가 치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알려나가자고 했던 것은 초기 치매를 찾아내자고 했던 것은 아니다. 조기 인지장애를 찾아내고 치매를 이해하는 환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초기가 지난 치매 환자를 감별 못하는 의사들이 있으니 빨리 찾아내서 치료받게 해서 병이 진행 되는 것을 늦추자는 의미였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치매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되는 초기 환자들이다. 치매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사진도 찍고 검사도 자세히 하고 환자 인터뷰 몇 십 분씩 해야 한다.
양영순 : 보훈병원에서 근무하다보니까 다른 데서 진단서나 약을 먹다가 약값이 비싸서 오는 환자들이 있다.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검사를 하려고 하면 벌써 치매 관련 약을 먹고 있다. 그러니까 치매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것이다. 기억 장애를 호소하는 노인들은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환자 찾는 치매조기검진보다 경도인지장애 예방 정책으로 가야"
석승한 : 국가적으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조기검진사업을 했고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그 후유증이 생기고 있다. 너무 많은 치매 환자를 양산했다. 국가 주도형 조기검진사업을 해 왔는데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 대한치매학회 한현정 보험이사 김형진 기자
한현정 : 보건소와 연계해 국가에서 하고 있는 치매조기검진을 3~4년 동안 하고 있다. 아마 초기에는 보건소에서 전원된 환자들은 주로 중기나 초중기 정도의 인지기능장애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1~2년 전부터는 그런 환자보다 MCI 환자나 인지기능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환자들도 온다. 이 제도가 몇 년 동안 시행됐으니 이제는 정책 방향을 조금 바꿔야 한다. 치매조기검진보다는 경도인지장애나 정상 노인군에서 인기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 쪽으로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석승한 : 심지어는 65세 이상의 경우 건강검진 시 무조건 MMSE를 하자는 얘기도 있었다.
정지향 :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치매 스크리닝 검사를 하지 말라고 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예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치매학회에서는 2009년부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고(Go)’하고 있지만 그것은 생활습관을 바꾸기 위한 것이지 이것을 통해 치매를 얼마나 예방할 수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진인사대천명고란 ▲‘진’땀나게 운동하라 ▲‘인’정사정 없이 담배를 끊어라 ▲‘사’회활동을 많이 하라 ▲‘대’뇌활동을 활발하게 하라 ▲‘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말라 ▲‘명(命)’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라 ▲‘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을 없애라는 의미).
만약 기억력이 떨어진 사람이 치매에 대한 검진을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른다면 치매지원센터나 보건소에서 검진을 한다는 것을 홍보할 필요가 있지만 일상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매스 스크리닝(mass screening, 집단선별검사)’을 하는 것은 문제다.
석승한 : 동의한다. 지금처럼 머리만 희끗하면 모셔다가 MMSE를 할 게 아니다. 주관적으로 기억에 문제가 있거나 여러 가지 필요성을 느낄 때 언제든지 접근할 수 있도록 열어두는 것은 좋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조기검진 프로그램은 문제가 많다.
김상윤 : 유럽의 그 많은 나라들이 돈이 없어서 매스 스크리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매스 스크리닝을 했을 때 부정적인 면이 너무 많다. 사실 치매검진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분 나쁜가. 사회 전체를 너무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어서 필요 없다. 외국에서는 본인스스로가 별 증상이 없는데도 검사를 받아서 치매로 태깅 붙이는 것은 가능하면 하지 말자고 한다. 그렇게 해 봐야 그 사람에게 도움 될 게 없다. 치매라는 말을 가능하면 우리 사회에서 빼야 한다.
석승한 : 치매특별등급이라는 게 경증치매 환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제도의 문제점과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경증치매 환자를 심하지 않은 치매 환자라고 본다면 이들을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는가.
- ▲ 대한치매학회 양동원 총무이사 김형진 기자
양동원 : 치매특별등급 대상을 치매 아닌 사람도 치매로 진단받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하면 MCI와 초기치매 사이를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경도치매와는 구별되지만 CDR(Clinical Dementia Rating, 치매임상평가척도) 0.5인 초기치매는 감별하기 힘들다.
김상윤 : 기존 디스크립션(description) 보면 초기치매라고 하면 가끔가다 중요한 것만 도와주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다. 예를 들어 가끔가다 장을 같이 가서 봐주고 은행일을 대신해주면 혼자 생활 가능한 경우다. 그런데 CDR 1이 되면 매일 누가 가서 몇 시간씩 도와줘야 한다.
석승한 : 경증치매 환자 대상으로 한 치매특별등급 만들었다. 그 출발 자체는 장기요양보험 내에서 1, 2, 3등급 내에 속하지 않는 치매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 인데 그것을 잠정적으로 증상이 경한 치매 환자 군으로 해서 경증치매 환자라고 이야기한 것이다. 학술적으로 초기치매인지 아니면 중기치매인지 정확한 개념 정의가 없었다.
김상윤 : 우리가 돌보미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노인장기요양보험 평가할 때 CDR 1인데 신체적으로 건강하면 등급이 안 나온다.
정지향 : 장기요양 등급 판정에서 탈락한 환자들 중 CDR 1인 경우가 많다. CDR 0.5는 임상적으로 치매 경계선이지 경증의 치매라는 말도 제대로 안할 것이다. 인지기능 장애가 있는데 신체 건강한 노인들은 많이 탈락한다.
석승한 :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 장기요양 소견서의 경우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이 훨씬 유리하다.
정지향 : 처음 치매특별등급 대상은 초기 치매, CDR 1로 인지장애가 있는데 신체 건강이 괜찮을 사람 대상으로 했다가 그게 조금 확대됐다. 지금은 CDR 0.5까지 잠정적으로 확대됐다.
석승한 : 확대되고 그걸 보완하는 프로그램이 부수적으로 생겼다.
김상윤 : 우리 아버지가 인지기능이 떨어졌는데 혜택을 못 받느냐는 환자들까지 확대하다가 예산이 남아서 그렇게 된 것 같다.
"경증치매 진단 기준 부분적으로 완화됐다"
석승한 : 경증치매 환자 정의 내리는 것 힘들다. 이제 치매특별등급, 특히 소견서 작성과 관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한현정 : 처음 (치매특별등급제에 대해 논의한) 위원회의 이름은 ‘치매신뢰성강화위원회’였다. 장기요양보험에서 등급 외 점수 나오는 환자들이 그동안 민원을 제기해 왔다. 치매로 진단받았고 치료도 받고 있는데 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못하느냐는 민원이었다. 장기요양보험 재정도 남았다고 하니 더 많은 노인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했다. 경증치매는 학술적으로 정의된 된 게 아니고 등급 외 대상 중 인지기능 떨어지고 치매가 진행되는 단계에 있지만 신체 건강은 괜찮은 그룹을 규정한 것이다.
- ▲ 대한치매학회 양영순 간행간사 김형진 기자
CDR 1인지 0.5인지 그런 개념을 갖고 마련한 것 같지는 않다. 그걸 어떻게 정확하게 진단할 것이냐. 소견서냐 진단서냐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진단서는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의협에서 반대했다. 그래서 소견서로 가게 됐다. 소견서로 하면서 경증치매를 처음에 진단하기 어려워서 6개월 이상 보자고 했다. 처음 환자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오류를 줄이고 신뢰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경심리검사, 신경영상검사가 다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빠지고 겨우 살아남은 게 6개월 이상 진료하는 것뿐이었다. 치매 진단 후 6개월이다. 처음에는 신뢰성 강화를 위해 신경영상검사라든지 신경심리검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 부분이 선택으로 조금 완화됐다
석승한 : 소견서를 쓰는 자격과 관련해서 최근 말이 많았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모든 의사들이 소견서를 쓰는 게 타당한가하는 지적이 있다.
한현정 : 처음에는 수련과정 중 치매 환자를 봤고 진단할 수 있는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정책적인 면에서는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에게 바로 진료 받을 수 없는 의료취약지나 지방이 고려됐다.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가 경증치매 환자들을 모두 진료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다. 환자들이 너무 많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김상윤 : 경증치매 환자 5만명을 등록하려다보니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로 모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신경과와 정신과 전문의로 제한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도 있다.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문제와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진료과 제한은 빼고 6개월 안에 최소한 이런 검사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해야 한다. 신경과와 정신과로 제한하자고 하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김희진 : 사실 장기요양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환자는 다양한데 양적 평가만 하고 질적 평가가 안됐기 때문에 많은 환자가 등급 판정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치매특별등급을 통해 질적 평가 지수를 의사소견서로 보상하려고 하는데 사실 치매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들이 (경증치매 환자) 5만명을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또 다시 환자 평가 개념이 다시 양적 평가로 넘어가서 날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후 질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라도 주면 좋겠다. 의사소견서 작성 교육을 하면 교육을 한번만 들어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또 경증치매 환자가 5만명인데 지금까지 교육을 들은 의사수가 1만명이라고 한다. 겨우 환자 5명 진료하려고 여기까지 왔느냐는 불평도 한다.
석승한 : 치매특별등급제 소견서 발급 포함해서 현재 예상되는 문제점을 말해 달라.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같이 말해 달라.
- ▲ 대한치매학회 정지향 학술이사 김형진 기자
정지향 : 지난 2009년 복지부에 치매와 연관된 전문화 의사 교육을 제안하면서 치매 환자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치매 치료하는 것은 모든 의사가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초기에 치매 환자 진단 내려야하는 데 감별이 필요한 경우 등은 꼭 신경과나 정신과 치매전문기관에 전원해야 하는 과정을 넣었다. 초기치매 환자들은 그 증상 생기는 데 요인들이 많다. 더 중요한 건 초기치매 환자들의 증상을 개선하는 데 약물 말고 다른 것도 있다. 인지치료라든지 주변에 치매와 연관된 지역 기관들이 많다. 이런 것들을 얼마나 잘 알고 유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진단을 받은 후 환자나 보호자가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 등을 경감시켜줄 수 있는 교육을 같이 받은 의사가 치매를 진단해야 한다. 신경과와 정신과 의사의 경우 수련 과정에 치매를 진단하기 위한 신경정신검사 등이 들어가 있다.
오늘도 치매지원센터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외래진료를 보고 왔다. 오늘 온 환자 16명 중 3명이 경증치매 환자였다. 그런데 그 중 2명이 벌써 치매특별등급제에 대해 알고 왔더라. 보호자에게 치매특별등급 받기 위해서는 치매 진단을 받아야 하고 지금은 아직 경계성인데 치매진단 받고 나서 어머니가 느낄 감정에 대해 생각해 봤느냐고 물었다. 이어 치매특별등급에 대한 혜택이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다른 장기요양보험과 똑같이 생각하더라. 집에 와서 청소해주고 밥해주고 병원에 데려가 주고 그러는 것 아니냐고 하길래 아니라고 말해줬다. 치매특별등급을 받으면 요양보호사가 와서 인지치료를 한다고 설명해줬다.
김희진 : 의사소견서 교육할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치매특별등급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말이다. MMSE, CDR을 실시하고 소견서를 작성하면 환자 개인 부담이 7만원 정도 예상되는데 만약 그러고도 치매특별등급을 못 받을 경우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식으로 소견서를 써야 되는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유일하게 관심 있는 건 점수배점 높은 분야더라. 어떤 의사는 CT나 MRI를 첨부하면 가산점을 주느냐고 묻기도 했다.
석승한 : 치매특별등급제를 시행한다고 하면서 몇 달 사이 엄청나게 많은 요양보호사를 양성했다. 요양보호사들이 경증치매 환자에 대해 인지기능 프로그램을 운용한다든지 기타 상담 등을 해야 한다. 이들이 제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정지향 : 강서구 치매지원센터에 하늘요양원 운영하는 원장이 있다. 독일에서 오래 공부하고 이런 쪽에 관심 많다. 본인이 요양원 운영하다가 포기하고 지금은 재가복지센터만 운영한다. 그 원장이 지적하길 요양보호사들이 교육을 받은 다음 치매환자들과 어떻게 놀 것인가 하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들이 교육을 직접 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도구를 제작해서 줘야 하는데 현재 교육 시스템에는 그게 없다는 거다.
강서구 치매지원센터와 협약 맺어서 1년에 한번씩 요양보호사들을 교육 시켜주고 치매환자에게 사용할 인지치료 도구를 제작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을 개별적으로 할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표준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김희진 : 초기에는 사회복지학과와 작업치료학과와 연관된 학회들이 인지치료 관련 질 관리에 들어가도록 돼 있었다. 그런데 복지부가 최종 발표한 내용을 보니 작업치료학회는 빠졌더라. 작업치료학회에서 주도적으로 도구 개발에 참여하고 싶어 했는데 그걸 중간에 조절해주는 정부 시스템이 없었다.
한현정 : 치매특별등급제가 7월부터 시행되면 6개월이든 1년이든 시간을 정해 놓고 나오는 소견서의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일정 기간 후에 모든 의사들이 발행해서 모니터링해보고 평가해보니까 문제 많다고 하면 경증치매를 잘 진단할 수 있는 의사를 제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
정지향 :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이하 등판위)에서 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부터 등판위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석승한 : 등판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정책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 ▲ 대한치매학회 김희진 총무간사 김형진 기자
김희진 : 등판위에 신경과나 정신과 전문의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의사가 없는 위원회도 있다. 우리가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제를 파악할 수 있다.
석승한 : 조금 더 궁극적인 대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자. 경증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상윤 : 삶의 질과 ADL(activities of daily living, 일상생활 능력)을 유지하는 게 같이 가야 하지만 관점은 ADL에 더 많이 둬야 한다. 노인 질환의 특징이다. 진단이 뭐든 관계없이 그 사람의 ADL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정지향 : 일본 데이케어센터는 경증치매 환자들이 유치원처럼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데이케어센터는 경증과 중증치매 환자들이 다 같이 있다. 경증치매 환자를 위한 학교 개념의 센터가 따로 있어야 한다. 또한 일본의 그룹홈처럼 여러 명이 가까이서 살면서 사회복지사가 돌봐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거기서 더 나빠지면 원룸에서 같이 산다든지 그런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김상윤 : 일본은 두 가지 개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하나는 치매 환자들에게 수영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치매 환자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 있는 게 아니라 노인들을 위한 수영시설 안에 치매환자를 돌보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개념부터 다르다. 노인들만 수영할 수 있도록 온도도 조금 올려주고 하는 수영장을 만들어 놓고 노인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치매환자들이 특별한 시간에 오면 그걸 케어해주는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직원을 따로 둔다. 치매 환자를 분류하지 말자는 것이다.
또 하나 콘셉트는 치매 해결하는 단위가 국가도, 시도, 구도 아닌 동네다. 동네에서 서로 합의해서 그룹홈을 하든가 품앗이를 한다. 국가에서 나와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거추장스럽고 잘 안 맞을 수 있다.
석승한 : 제일 중요한 것은 치매환자들이 일상생활에서 ADL을 유지해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이고 대안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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