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래요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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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1-02-14 13:23본문
서울=뉴시스】진현철 기자 = 오토바이 소리가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들린다. 새벽마다 우유를 배달하는 할아버지 '만석'(이순재)의 낡은 오토바이 소리다.
욕을 입에 달고 살며 호통치기 일쑤인 성격도 모난 만석이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홀로 폐휴지를 모으며 살아가는 할머니 '송씨'(윤소정)를 만나 오래 전 잊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느낀다.
할아버지 '군봉'(송재호)은 주차장 관리인으로 새벽부터 일한다. 고된 하루이지만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껴주는 군봉은 일편단심이다. 죽음도 그와 그의 아내를 갈라놓을 수 없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황혼기 네 노인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일깨운다. 노년의 로맨스는 젊은 세대와 다르지 않다. 주름지고 거칠어진 얼굴, 희끗희끗한 머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세월의 풍파가 드러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유행 장르도 아니고 흥행배우들도 없지만, 재미 없거나 지루하지 않다.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들 덕이다. 웃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심금을 울리며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
만석이 이름없이 살아온 송씨에게 '이뿐'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고, 생일 한 번 변변히 챙기지 못한 그녀를 위해 케이크 파티를 벌여주며, 머리핀을 선물하는 모습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라고 서투르면서도 애틋하게 고백하는 만석은 진심으로 가득하다.
"말만으로 자주 찾는 사이가 됐다. 우리는 다시 부부다. 가족이었는데…", "나 겁쟁이 아이가. 당신없이 못산대이"라는 대사들도 뭉클하다.
만석의 애정 공세에 수줍은 듯 얼굴이 달아오른 이뿐의 소녀 같은 모습, 치매에 걸린 아내를 잃어버린 근봉이 숨이 넘어갈 듯 이 동네 저 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치매로 정신없이 행동하는 순이를 연기한 김수미는 특기할 만 하다. 걸죽한 입담을 자랑하던 그녀가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눈물을 쥐어짜내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노년의 사랑과 이별, 죽음을 그려낸 감독의 연출력이 탁월하다. 몇 차례 눈물을 흘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충분히 느끼고 감동할 만한 작품이다.
만석의 오토바이는 이뿐을 태우고 계속 달린다. 고백하는 말이 이어지는 듯 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군봉도 계속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다. 착하디 착한 이야기는 사랑을 향한 애절함으로 여운을 남긴다.
만화가 강풀의 웹툰이 원작인 영화다. 3권짜리 책으로 나와 15만부가 팔렸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호평받았다. 영화 '마파도'(2005)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다. 17일 개봉.
agacul@newsis.com
욕을 입에 달고 살며 호통치기 일쑤인 성격도 모난 만석이 남편과 자식을 모두 잃고 홀로 폐휴지를 모으며 살아가는 할머니 '송씨'(윤소정)를 만나 오래 전 잊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 느낀다.
할아버지 '군봉'(송재호)은 주차장 관리인으로 새벽부터 일한다. 고된 하루이지만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김수미)를 끔찍하게 사랑하고 아껴주는 군봉은 일편단심이다. 죽음도 그와 그의 아내를 갈라놓을 수 없다.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황혼기 네 노인들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금 일깨운다. 노년의 로맨스는 젊은 세대와 다르지 않다. 주름지고 거칠어진 얼굴, 희끗희끗한 머리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세월의 풍파가 드러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유행 장르도 아니고 흥행배우들도 없지만, 재미 없거나 지루하지 않다. 수십년 경력의 베테랑 배우들 덕이다. 웃길 때도 있지만, 때로는 심금을 울리며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
만석이 이름없이 살아온 송씨에게 '이뿐'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민등록증을 만들어주고, 생일 한 번 변변히 챙기지 못한 그녀를 위해 케이크 파티를 벌여주며, 머리핀을 선물하는 모습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대를…, 사랑…, 합니다"라고 서투르면서도 애틋하게 고백하는 만석은 진심으로 가득하다.
"말만으로 자주 찾는 사이가 됐다. 우리는 다시 부부다. 가족이었는데…", "나 겁쟁이 아이가. 당신없이 못산대이"라는 대사들도 뭉클하다.
만석의 애정 공세에 수줍은 듯 얼굴이 달아오른 이뿐의 소녀 같은 모습, 치매에 걸린 아내를 잃어버린 근봉이 숨이 넘어갈 듯 이 동네 저 동네를 뛰어다니는 모습 또한 인상적이다. 치매로 정신없이 행동하는 순이를 연기한 김수미는 특기할 만 하다. 걸죽한 입담을 자랑하던 그녀가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눈물을 쥐어짜내려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노년의 사랑과 이별, 죽음을 그려낸 감독의 연출력이 탁월하다. 몇 차례 눈물을 흘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충분히 느끼고 감동할 만한 작품이다.
만석의 오토바이는 이뿐을 태우고 계속 달린다. 고백하는 말이 이어지는 듯 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군봉도 계속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다. 착하디 착한 이야기는 사랑을 향한 애절함으로 여운을 남긴다.
만화가 강풀의 웹툰이 원작인 영화다. 3권짜리 책으로 나와 15만부가 팔렸고, 연극으로도 만들어져 호평받았다. 영화 '마파도'(2005)의 추창민 감독이 연출했다. 17일 개봉.
agacu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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