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정거림, 거짓말 그리고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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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평행복의집 작성일 11-04-20 13:53본문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아버님이 뻔한 사탕발림에 속아 자꾸 이것저것 사와.", "TV 속 코미디언의 말이 왜 웃기는 건지 통 모르겠네."
자신 혹은 주변 어르신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이 들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으나 거짓말에 잘 속거나 빈정거리는 말투를 구분하지 못하는 식의 '특정 행동'이 치매의 초기증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치매는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한 질병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치매의 종류를 빨리 알아내 적절한 치료를 해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담이었어? 난 믿었는데…"
최근 미국신경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흥미로운 치매의 조기진단법을 제시한다. 미국 연구팀은 다양한 형태의 퇴행성 뇌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사람들의 대화를 찍은 비디오를 보여줬다.
비디오 속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혹은 진실을 말하는지, 또 어떤 말이 빈정거림이며 그렇지 않은지 등을 구분하게 했다. 연구 결과 전두측두엽치매라는 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 '대화의 진실성'을 알아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형태의 치매를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거짓말을 알아내는 능력이 뇌 앞 쪽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두측두엽치매는 뇌의 앞 쪽인 전두엽과 옆 쪽 아래 측두엽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다. 이 부분은 매우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행동을 관장한다.
전두측두엽치매에 걸리면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외모에 갑자기 큰 변화를 주는 행태를 보인다. 느닷없이 종교를 바꾸거나 오래된 정치적 신념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거짓말에 잘 속는 등의 변화가 생기면 뇌의 일정 부분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치매의 종류와 그 발전단계를 초기에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의학적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치매, 조기에 잡아낼 수만 있다면
치매를 다루는 의료진의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는 '어떻게 치매를 빨리 발견할 수 있느냐'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뇌기능이 망가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일부 종류의 치매는 완치를 노릴 수 있는 등 효과적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단력이 흐려지는 변화가 치매의 조기증상인지 혹은 자연스런 노화의 결과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전두측두엽치매의 주요 증상으로 언급된 종교나 정치적 신념 변화,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 역시 흔히 중년기 이후 나타나는 일반적 변화 혹은 뇌기능 저하의 양상과 유사하다.
때문에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독특한 '약점'을 가려낸 이번 연구결과는 현실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하며 믿을 만한 판단기준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에 해당하는 드문 질환으로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과 구분해 치료가 이루어진다.
◆사소한 '건망증' 때부터 관심 기울여야
물론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뇌기능의 저하를 치매와 쉽게 연결하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특히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ㆍ기억능력 저하는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건망증은 어떤 사실을 잊었다 해도 누군가 '힌트' 등 귀띔을 해주면 바로 기억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치매와의 큰 다른 점이다. 사건의 일정 부분만을 잊는다는 점에서 발생부터 결과까지 광범위하게 잊는 치매의 특성과도 구분된다.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모이기로 했더라"는 식이면 건망증,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은 식이다. 또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메모를 충실히 하는 등 자기 노력을 기울이지만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저하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기억장애로서의 건망증이 장기간 계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특히 건망증이 다른 판단력 혹은 사고력의 저하와 동반된 경우 치매의 앞 단계까지 온 것일 수 있으므로 전문적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국희 한림의대 교수(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과)는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물과 효과적 진단법이 속속 개발돼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치매의 종류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해야 하는 만큼 조기진단만이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및 자료 : 한림대의료원, 대한치매학회, 대한신경과학회
자신 혹은 주변 어르신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나이 들면 그럴 수도 있지'하고 치부해버릴 수 있겠으나 거짓말에 잘 속거나 빈정거리는 말투를 구분하지 못하는 식의 '특정 행동'이 치매의 초기증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치매는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한 질병이라는 점에서 정확한 치매의 종류를 빨리 알아내 적절한 치료를 해야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농담이었어? 난 믿었는데…"
최근 미국신경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은 흥미로운 치매의 조기진단법을 제시한다. 미국 연구팀은 다양한 형태의 퇴행성 뇌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사람들의 대화를 찍은 비디오를 보여줬다.
비디오 속 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혹은 진실을 말하는지, 또 어떤 말이 빈정거림이며 그렇지 않은지 등을 구분하게 했다. 연구 결과 전두측두엽치매라는 질환을 가진 사람의 경우 '대화의 진실성'을 알아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형태의 치매를 가진 사람은 정상인보다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거짓말을 알아내는 능력이 뇌 앞 쪽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전두측두엽치매는 뇌의 앞 쪽인 전두엽과 옆 쪽 아래 측두엽에 문제가 생긴 질환이다. 이 부분은 매우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행동을 관장한다.
전두측두엽치매에 걸리면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하거나 외모에 갑자기 큰 변화를 주는 행태를 보인다. 느닷없이 종교를 바꾸거나 오래된 정치적 신념이 변하는 경우도 있다.
연구팀은 "거짓말에 잘 속는 등의 변화가 생기면 뇌의 일정 부분이 망가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치매의 종류와 그 발전단계를 초기에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의학적 단서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치매, 조기에 잡아낼 수만 있다면
치매를 다루는 의료진의 가장 큰 관심거리 중 하나는 '어떻게 치매를 빨리 발견할 수 있느냐'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 경우 뇌기능이 망가지는 속도를 늦출 수 있고 일부 종류의 치매는 완치를 노릴 수 있는 등 효과적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단력이 흐려지는 변화가 치매의 조기증상인지 혹은 자연스런 노화의 결과물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전두측두엽치매의 주요 증상으로 언급된 종교나 정치적 신념 변화,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 역시 흔히 중년기 이후 나타나는 일반적 변화 혹은 뇌기능 저하의 양상과 유사하다.
때문에 전두측두엽치매 환자의 독특한 '약점'을 가려낸 이번 연구결과는 현실에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하며 믿을 만한 판단기준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에 해당하는 드문 질환으로 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과 구분해 치료가 이루어진다.
◆사소한 '건망증' 때부터 관심 기울여야
물론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뇌기능의 저하를 치매와 쉽게 연결하는 것도 성급한 일이다. 특히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로 인한 인지능력ㆍ기억능력 저하는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우선 건망증은 어떤 사실을 잊었다 해도 누군가 '힌트' 등 귀띔을 해주면 바로 기억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치매와의 큰 다른 점이다. 사건의 일정 부분만을 잊는다는 점에서 발생부터 결과까지 광범위하게 잊는 치매의 특성과도 구분된다. "약속이 있었는데 어디서 모이기로 했더라"는 식이면 건망증,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은 식이다. 또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메모를 충실히 하는 등 자기 노력을 기울이지만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 저하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기억장애로서의 건망증이 장기간 계속되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치매로 발전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특히 건망증이 다른 판단력 혹은 사고력의 저하와 동반된 경우 치매의 앞 단계까지 온 것일 수 있으므로 전문적 검사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국희 한림의대 교수(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정신과)는 "치매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물과 효과적 진단법이 속속 개발돼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치매의 종류에 따라 치료법을 달리해야 하는 만큼 조기진단만이 사회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도움말 및 자료 : 한림대의료원, 대한치매학회, 대한신경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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